2018. 04. 22


2018 밀라노 디자인위크로 한창 북적이는 일상.








지난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밀라노는 디자인위크를 맞이하여 모든 거리들이 한창 북적이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밀라노 디자인위크를 찾기위해 전 세계 30만명 정도의 인파가 밀라노에 몰려들어서 현재 밀라노는 어딜 가도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 차있다.


나 또한, 벌써 밀라노에서 3번째 디자인위크 기간을 맞이하고 있는데, 특히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워낙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박람회인 만큼 볼거리도 풍성하여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감을 얻곤 한다. 


특히 우리 학교가 있는 구역이 밀라노 시내 중심의 곳곳에서 열리는 외장 전시인 ' fuori salone 푸오리 살로네 ' 를 대표하는 구역 중 한 곳이라 그런지 학교 근처에는 이 몇 일간 발디딜틈이 없을정도로 엄청나게 북적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는 일본의 대기업인 파나소닉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보다 전시 관람객들이 훨씬 많이 보일 정도이니 ...


이 몇일간 열심히 전시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좋은 전시들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특히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그 외의 패션 브랜드들의 컬렉션 전시들이 참 괜찮았다.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정리 후에 앞으로 조금씩 천천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관한 포스팅을 블로그를 통해 올릴 예정이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 '  소니 ' 의 전시,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전시 중 하나였다. 

센서와 모션을 이용한 재미있는 체험형 전시였는데, 관람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 전시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우리 학교 뒤쪽에 위치한 정원, orto botanico 오르토 보타니코에서 열린 전시. 정원 곳곳에 설치된 집모양의 플라스틱 박스들이 무작위로 불이 들어오고 꺼지는 그런 반복되는 형식의 전시였는데 꽤 흥미로웠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생활을 한다는 것, 내가 이탈리아로 미술유학을 오게 된 계기 그리고 현실









먼저, 이 글을 쓰기 전 사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내가 다른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 하시는 분들께 혹여나 피해가 되는 포스팅을 하지않을까 싶어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결심하고 계시는 분들께 혹여나 잘못된 정보를 드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조금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블로그는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인 만큼, 유학을 오게 된 이유 그리고 내가 몇 년동안 이탈리아라는 국가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그리고 느껴왔던 점들에 대해서 최대한 과장없이 솔직하게 그대로 써보려고 한다. 







왜 영어권 국가나 좀 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국가가 아닌 이탈리아로의 유학을 선택했나?







사실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혼자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결심하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을때 다들 가장 궁금해했었던건 왜 하필이면 이탈리아로의 유학을 결심하게 됬냐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던 학생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주변에서는 이탈리아로의 미술유학을 다들 이해하지 못했었다. 보통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는 경우는 패션이나 혹은 음악쪽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이탈리아로의 미술유학을 더더욱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게다가 이탈리아어는 사실 영어나 스페인어처럼 다국가에서 쓸수있는 언어도 아니고, 오직 이탈리아에서만 쓸 수 있다. 그래서, 배워도 이탈리아를 벗어나면 사실 쓸 일이 거의 없는 언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이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로의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2012년 유럽으로의 배낭여행을 다녀 온 이후부터였다. 그 당시 3주간 계획한 유럽여행에서, 나의 여행 일정에 1순위는 바로 각 나라 및 도시의 미술관 관람이었다. 남들이 다들 간다는 관광지를 갈 시간에 미술관, 갤러리들을 보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던 것 같다.


그 중,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하루 반나절 정도 짧게 여행을 할 때, 유럽 여행을 다니며 알게 된 함께 다녔던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이탈리안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들은 나에게 밀라노에 있는 미술대학을 보고싶다는 요청에 그 자리에서 바로 브레라 국립미술원 쪽으로 안내를 해 주었고, 그 뿐만 아니라 밀라노 두오모 바로 옆에 위치한 novecento 뮤지엄의 티켓도 직접 본인들이 나서서 다 끊어주었다.


나는 그 당시 그 친구들의 친절에 대단히 큰 감동을 받았고, 또한 미술관을 관람하며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과거문화유산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있고, 그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직접 접하고 난 후, 대단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아직도 이탈리아의 건축, 미술, 조각, 음악, 패션 등등 문화예술분야는 전 세계에서 각 분야의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 흥미로운 사실은 국가 자체에서 국가의 문화유산 보호의무를 헌법으로 명시한 나라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이탈리아에 대해 알게된 후, 순간 굉장히 궁금해졌다. 이렇게 대단한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어떨까? 내가 그동안 받아왔던 한국에서의 교육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순간 유럽 문화권에 있는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후, 대학교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이어나갔지만 점점 더 해외로 나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강해졌고 결국 나는 2학년을 마친 후,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본격적으로 이탈리아로의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원래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그건 단순히 한국에서의 취업을 위해서 시작했던 공부였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그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순수예술분야로 전공을 정하고, 그 뒤로 학교를 몇 군데 알아보았다. 이탈리아는 미국이나 영국과는 달리 입학비자를 받기위해서 단 하나의 학교에만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게 치명적인 것이 뭐냐면, 만약 합격을 하지 못한다면 그냥 그대로 끝인것이다. 말 그대로 다음 해의 시험을 기약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위험성이 컸고, 나는 준비 할 당시 20대 중반을 향한 나이였던지라 더욱 더 주변에서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것을 이때까지 최대한 지지해주시려 하시는 분들이었고, 이번에도 별 걱정없이 준비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문제는 지원하는 학교를 하나로 정해야 된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유학원 선생님의 조언으로 사립 미술대학의 회화 전공으로 이미 지원서 및 포트폴리오까지 제출을 한 상태였고, 인터뷰만 하면 거의 합격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불합격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유학원 측이나, 부모님 또한 빚을 내서라도 학비를 지원해주시겠다고 사립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어찌보면 정말 큰 모험이었지만 나는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했을 때부터 밀라노 국립 미술대학에 지원을 하고싶었고 그 생각은 그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국립대학 입시는 타 사립대학에 비해서 정보도 거의 없었고, 시험에 대한 정보 또한 많이 없었기에 불안감이 컸지만, 그래도 기왕 처음에 유학을 가기로 결심하게 된 학교로 마음을 굳히고 결국엔 국립대학 입학시험 비자를 받았다.


그 뒤로 밀라노에 도착해서 한 달여간 정도 입학시험 준비를 했고, 시험을 치른 후 결과는 감사하게도 합격이었다.







 




이탈리아 미술 유학생활 ( 밀라노 브레라 국립 미술원 ) 은 장점도 많은 만큼, 단점도 많다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한다. 










1학년 때, 처음에 학교수업을 들어갔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이미 해봐서 체계적이고 최첨단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이런 고전적인 국립 미술원의 구시대적인 시스템 및 교육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다. 


‘ 브레라 국립 미술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마치 박물관에서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다. ‘ 

그런데 나는 이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브레라 국립미술원에 만약 디자인 계열 뿐만아니라 순수미술쪽으로도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심도있게 공부하러 오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나는 우리학교에 오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지 않다. 


우리학교는 일단 굉장히 대체적으로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 대다수이다. 물론 이렇게 자유롭게 진행이 된다는 건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일단, 먼저 우리는 대부분의 수업들이 과제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 말인 즉슨 개개인의 시간이 아주 많고, 능동적으로 개인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시스템이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수업을 들으며 스킬을 늘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최악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거기다가 주3일 수업 중 주3일이라고 해도, 사실 주3일 수업을 하는 교수는 소수이고 하루 혹은 이틀만 나오면 되는 수업이 허다하다. 나는 거기다가 교수 개인사정으로 휴강을 한 달씩 하는 경우도 봤다. 


사실 주변을 봤을 때 우리 학교 학생들 중 도중에 그만두는 학생들도 상당한 편이다. 물론 유학생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인 학생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글을 쓰는것이 부끄럽지만 나 또한 1년 정도 다닌 후에 심각하게 학교를 옮길까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었다. 각자 그만두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이곳에서 배우는 게 없는것 같다라는 의견이었다. 나도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 나도 다니면서 그 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의 개성이 담긴 개인 포트폴리오 만이 남았을 뿐, 수업을 들으면서 딱히 취업이나 사회로 나갔을때 쓸 수 있는 스킬을 배우는 부분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건, 나는 이탈리아란 나라를 중점으로 유럽 문화권에서 다양한 문물을 접하고, 보고, 느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나만의 색깔을 살린 작품을 하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기 때문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지 내가 만약 학교를 다니면서 대단한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다면 나는 지금쯤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중 아이러니 한 것은, 우리학교 교수들 중 대다수가 디자인 구성이 뛰어난 브로슈어나 작업물을 보면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 나는 디자인과 출신이기 때문에 가끔 시험 때 제출하는 브로슈어도 레이아웃부터 해서 글씨체까지 하나하나 엄청나게 공을 들여서 제출했는데, 의외로 시험 점수에 꽤 많은 혜택을 받았다. ( 우리는 각 수업별로 시험때마다 그동안 했던 작업물의 아이디어 스케치 및 진행 과정과 결과를 담은 브로슈어 책자를 제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 그래서 디자인을 하다가 순수예술계열 전공으로 오시는 분들은 의외(?)의 혜택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수들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어떤 수업은 아예 이탈리아인 수준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수업에서 학생들을 내쫒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극소수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학교 자체의 분위기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 있어서 어느정도 각오를 하시고 오셨으면 한다.나도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이 곳에 다 적기에는 너무 많기 때문에 일단 이정도로만 이야기를 해두고 싶다. 


오늘은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및 간단하게나마 유학생활의 현실을 알려드리려고 포스팅을 했다.

많은 분들이 좀 더 이탈리아 유학의 현실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만큼 국립미술원 유학을 하기위해 결정의 기로에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다. 











  1. 손유린 2018.03.04 23:11 신고

    그림을 좋아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수업 들어본 적 없이 아무것도 모른 채 좋아하게 됐어요. 달마다 그림책 한두 권씩 사서 읽고, 이따금 좋아하는 전시회 열 때마다 갈 뿐이죠. 그래서 그런지 이곳 얘기 읽을 때마다 참 신기하고 재밌어요. 계속 써 주시길 바라요.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요, 테이트 미술관에도 가보셨나요? 가보셨다면, 윌리엄 터너 그림은 보셨어요? Colour Beginning은요? 제가 이 화갈 정말 좋아하는데, 주변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궁금하네요.

    • erika_soo 2018.03.05 10:04 신고

      지속적으로 미술관 관람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탈리아 생활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올릴 예정이에요. 변함없이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좀 오래되었지만 2012년 런던으로 여행을 갔을 때,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다녀왔어요. 그 당시에 런던 올림픽이 막 끝난직후라 데미안 허스트라는 작가의 특별전을 정신없이 보느라고 유린님이 말씀해주신 작가들의 작품은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어요 ㅠㅠ 다음에 런던에 가게되면 꼭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ㅎㅎㅎ

  2. _Chemie_ 2018.03.05 23:59 신고

    나름 외국인들에 관대한 나라에 살기에도 힘든일이 너무 많은데 상대적으로 정보도 많지 않은 나라에 가셔서 생활에 적응하시기 얼마나 힘드셨을지 상상도 안되는데
    그래도 넘나 잘 해오신 것 같아서 정말 존경스럽네요.
    언어 공부는 유학 준비를 시작하면서 함께 시작하신건가요?
    언어문제가 상당히 클 것 같은데... 이탈리아어는 배우기도 힘들것 같구요ㅠ

    암튼, 흥미로운 글 정말 잘 보았습니다.

    • erika_soo 2018.03.06 08:34 신고

      여행하는것과 사는것은 정말 다르다는 걸 유학생활 하면서 처절하게 느끼고있어요 ㅠㅠ 이것조차 이겨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텨온게 아닌가 싶어요. 언어공부는 입학하기전 시에나라는 도시에서 3개월정도 공부했는데 여전히 부족하답니다 ... ㅎㅎㅎ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국립 미술원, 입학 시험에 대한 작은 팁. 






현재 나는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국립 미술원 ( 공식명칭 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 di milano ) 에서 decorazione ( 장식미술 ) 을 전공하고 있는 재학생이다.


사실 우리학교는 한국인 학생들이 많이 없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decorazione 는 거의 현재로서는 전 학년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혹시나, 장식 미술전공에서 대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수업을 듣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생각보다 웹 상에 정보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학교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나는 2015년에 입학시험을 쳤는데, 우리 학교 입학시험은 사실 그렇게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총 4일동안 치뤄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많이들 걱정하시고 여기저기 정보를 많이 찾아보실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에 입학하기 전 워낙 시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여기저기 재학생 분들께 물어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타 전공 입학시험은 어떻게 치뤄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내 기억을 최대한 살려서 브레라 장식미술과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입학시험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1일차.



1일차는 필기 시험이다.


필기시험은 보통 100문항으로 출제가 되는데 보통 일반상식, 미술사, 문학, 이탈리아 관련 상식 등등 여러분야에 걸쳐서 문제가 출제가 된다. 내가 시험칠 때 주어지는 시간은 3시간이었고, 그 당시에 cultura generale 라는 알파테스트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을 참고로 해서 공부를 했다. 그러나 책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여 나는 전부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 미술사 부분만 집중적으로 파서 미술사 분야만이라도 틀리지 않겠다는 목표로 전부 암기했다. 그리고 시험 당일에 다행히 실제로 미술사 관련 문제가 많이 나왔다. 그 외에도 정말 기본적인 문제들이 나왔는데 ( 기억나는 문제 중 하나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어느 도시에 위치해 있는가 이런 문제도 있었다. ) 정말 말 그대로 일반 상식이 있다면 풀 수 있는 문제들도 꽤 많았다. 워낙 분야도 광범위하고, 책도 공부해야 할 내용이 엄청 많기 때문에 먼저 나의 공부방법이 절대 옳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입학시험을 치렀고, 현재 시험은 또 어떻게 다르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공부를 하셔야 한다고 딱 잘라서 설명을 드릴 수가 없다. 그 대신 나는 내가 공부한 것 만큼은 정확하게 정답을 맞추겠다는 목표로 시험을 쳐서 그런지, 결과적으로 면접당시 딱히 필기시험의 점수에 대한 지적은 받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다. 필기시험 점수는 면접 때, 교수들만 볼 수 있고 나는 점수를 알 수가 없다. ( 참고로 말씀드리고 싶은것 중 하나는 내 친구는 교수들끼리 낮은 필기 점수에 대해서 서로 상의를 했다고 한다. 친구는 워낙 이태리어를 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무사히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시험 합격당락 여부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필기시험도 100프로 아예 안보는것은 아닌듯하다. )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결국에는 필기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편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현재로서는 cultura generale 라는 책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시험문제 및 정답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2일차.



2일차는 누드 모델을 그리는 실기시험이었다.


보통 여자 모델 한명, 남자 모델 한명이 번갈아가면서 나왔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딱히 제한은 없었던 것 같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모델을 그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으며, 무조건 실물을 보고 그려야만 했다. 

자리를 잘 잡는것도 꽤 중요한데, 나는 하필 뒷모습만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시험시간 내내 뒷모습만 계속 그렸던 기억이 난다.


이튿날은 그렇게 누드 모델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3일차.



3일차는 자유 그림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장식 미술과라서 그런지 약간의 제한이 있는 자유 그림이었는데 공간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건축물 및 장식이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수채화를 사용하여 그 전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던 프라하 까를교의 기둥장식, 그리고 성의 실루엣까지. 그림 안에서 최대한 원근감을 살리고 기둥 장식은 정교하게 그리려고 노력했는데 면접 당시에 교수님들의 반응은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실기 시간으로 약 9시간 정도의 시간을 주었는데, 대부분 수험생들이 여유있게 중간에 점심도 먹으러 다녀오고, 시험장 밖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도 나누는 등등 대체적으로 제재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기 시험이 진행되었다. 끝난 후에는 나눠주는 종이로 작품을 감싸서, 이름을 쓴 후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4일차. 



나는 시험중에서 이 4일차 면접이 가장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전공은 실기가 뛰어나면 면접을 패스하고 바로 통과하여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전공은 시험치는 인원도 타 전공에 비해서 현저히 작은 편이고, 재학중인 학생의 인원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그런지 응시를 한 학생 전체가 면접을 필수로 봐야했다. 그 때 당시에 시험에 응시한 학생들은 내 기억으로는 약 120명 정도였고 나는 성이 c 로 시작해서 거의 초반에 면접을 봤다. 면접 때 들어가자 내 작품과 함께 4명의 교수가 책상 앞에 앉아있었고 내가 그 앞에 앉아서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냥 내가 예상했던 질문대로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의외의 질문이 나와서 잠깐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대략 이랬었다.



' 왜 우리 학교를 지원했고, 장식 미술 전공을 택했는가? '


' 네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보아라. '


' 이탈리아어 공부는 얼마나 했나? '


'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 중에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는가, 그리고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 '


크게 이정도가 대표적인 질문이었는데, 위의 세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대답을 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에 갑자기 면접이 끝나는가 싶더니 한 교수가 나한테 마지막 질문을 해와서 순간 살짝 당황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나는 운이 좋게도 평소에 ' 루치오 폰타나 ' 라는 이탈리아 작가를 좋아했었고, 그 작가의 대표작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아는 선상에서 루치오 폰타나의 인상깊었던 작품에 대해서 대답을 하자 아주 만족스러워 하시며 그 이후 별 다른 질문없이 면접은 끝났다.


보통 합격 결과는 면접 다음날 시험을 치뤘던 교실 문 앞에 종이로 붙여준다.

이렇게 총 4일간의 입학시험은 마무리하게 된다.


다들 대체적으로 브레라 국립미술원이 입학의 문턱이 낮은 편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 말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나도 시험을 칠 때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입학 시험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내가 시험을 칠 때 당시에, 응시 인원의 절반 이상이 합격을 하지 못했다.

입학 정원 제한이 없는 우리 학교는 교수들의 재량에 따라서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아마 면접에서 많은 학생들이 불합격 판정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 전공은 특히 중국인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전공 중 하나인데 면접을 준비하지 않고 실기에 엄청나게 집중을 해서 준비해 온 듯 한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작품은 뛰어난데 말을 하지 못하면 결국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만약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나는 작품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품보다도 면접준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으면 한다. 


교수들은 실기 실력보다도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원활하게 잘 되는지를 훨씬 더 중요하게 보는것 같다는 것이 내가 입학 시험을 치르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이다.




입학시험도 중요하지만, 사실 학교 입학 후에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어느정도 갖춰져야 원활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지금까지도 이태리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아무리 작품성으로 보완을 하려고 해도 교수와의 언어 소통이 안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요새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입학을 준비하는 분들은 적어도 기본적인 일상회화정도는 할 수 있을정도로 준비를 하고 오신다면 학교 생활에 아주 큰 도움이 되실거라고 생각한다. 




  1. 손유린 2018.02.28 05:49 신고

    올리시는 글들 매번 잘 읽고 있어요. 계속 읽으니까 궁금한 점도 계속 생기네요. 유학 가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만만찮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이유가 자못 궁금하네요. 부담스러우시면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 erika_soo 2018.02.28 22:16 신고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 찾아주시고 글도 꾸준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학오게 된계기는 댓글로 답변드리기엔 길다보니 ㅠㅠ 곧 따로 글로 쓸 계획이있어요:)

  2. 손유린 2018.02.28 22:34 신고

    기대할게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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